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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로그 마이가든 학생자율연구:인권



최현, <인권> 학생자율연구:인권

  
 
  비타 악티바 개념사 시리즈의 첫 번째, 최현의 <인권>은 약 130쪽 분량의 작고 얇은 책이다. 그러나 그 내용은 매우 컴팩트해서, 몇 번을 곱씹으며 읽어야 그 내용에 대한 이해를 하고 흐름을 짚어 나갈 수 있다. <인권>은 인권의 개념과 사상적, 제도적 발전에 대한 개괄적 내용을 다루는 입문서인데, 초보 수학자인 나에게는 좋은 시작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나 결코 만만히 볼 책이 아님은 확실하다.

  첫 서평인 만큼, '서평 잘 쓰는 법' 등을 공부해서 제대로 모양새를 갖춘 서평을 쓰고 싶었으나 쉽지 않다. 그래서 내 스타일대로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써 볼까 하다가 그것도 곤란하다. 책 내용 자체가 '인권'에 대한 저자의 독특한 시각을 전제로 전개되고 있긴 하나 전반적으로 '개념사'인 만큼 특별한 논평을 포함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고, 사회의 단상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을 표명하고 있지 않은 만큼 나대로 감상을 늘어놓기 어려운 까닭이다.

  책 내용은 거의 모두 개인 노트에 베껴 놓았으므로 필요할 때 들춰가며 참고하도록 하고, 이 '제멋대로인' 서평에서는 저자의 문제의식을 잠깐 들여다보고자 한다. 그리고 가장 관심있게 읽었던 부분, 5장의 현대 인권 파트에서 집단 인지적 시민권의 개념과 내용, 그리고 지구 시민권에 대한 전망과 관련하여 짧은 사견을 덧붙이고자 한다.  


  우선 저자가 인권의 개념을 들여다보고자 한 이유, 그 문제의식을 들여다 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는 '인권의 도구화'를 지적한다. 모든 개인이나 단체, 국가는 그 자신의 의견과 행동, 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해 인권 개념을 내세우는데, 이 인권 개념이라는 것이 때마다 달라지는 까닭이다. 이라크 침공이라는 동일한 사건에 대하여 미국 정부는 인권을 명분으로 내세웠고, 반전 평화단체들은 인권을 근거로 그러한 전쟁을 반대한다. 또 프랑스 정부는 인권 보호(여성의 권리 보호)를 위해 이슬람 여학생들이 히잡을 쓰고 등교하는 것을 금지했는데, 이에 이슬람 단체들은 인권의 일부인 문화적 권리를 침해했다고 고발한다(p10). 이처럼 인권은 정치적 성향, 문화, 종교, 인종 등을 막론하고 모든 인간에 적용되는 '보편성'을 띄는 동시에, 바로 그러한 보편성 때문에 모든 인간이 자신의 의견과 행동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내세워 혼란을 가중시키게 된다. 여기에서 인권이라는 가치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할 필요성이 도출된다. 도대체 인권이란 무엇인가. 문자 그대로 모든 인간이 보장받아야 할 보편적인 권리라고만 정의한다면 앞서 살펴보았듯이 모두가 인권을 도구 삼아 자신의 주장을 펼치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인권이라는 개념을 둘러싼 논쟁, 인권 사상의 발전, 인권을 보장하는 제도의 발전을 찬찬히 살펴보면서 무엇이 본질적인 가치이고 의미인지를 잡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문제의식에 사견을 덧붙이자면, 저자가 이와 같은 저술 동기, 문제의식을 이 책을 통해 완전히 충족시켜 주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책의 개괄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인권과 시민권의 연계성을 따져 보고, 근대 이전 그리고 근대의 인권 사상과 시민권 제도의 발전을 살펴보며, 나아가 현대의 인권-시민권 이론을 통해 몇 가지 쟁점을 살펴보고 있다. 이것 만으로 논쟁이 되는 인권 개념을 명확히 할 수 있을까? 물론 저자는 현대 인권-시민권 이론을 다룬 5장에서 여러 가지 인권-시민권 개념을 둘러싼 논쟁을 소개하고 있다. 가령 집단 인지적 시민권을 논의할 때, 자유주의자들은 인권-시민권 이론 및 제도가 사회통합에 기여해 왔던 역사를 짚어보면서, 집단이 하나의 권리 주체로서 시민권을 주장하고 나설 때 그러한 통합의 역사가 깨진다고 주장하는 반면 옹호론자들은 다양한 문화와 정체성을 수용할 때 모든 시민이 참여를 통해 진정한 통합에 합류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등 그 견해 차이를 소개하고 있다.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단순히 다양한 견해를 소개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과연 어떠한 견해가 지금까지의 인권의 사상적, 제도적 발전과 개념상의 본질적 의미에 부합하는지 저자의 사견을 덧붙여 일반 독자들의 개념 혼란을 조금이나마 해소시켜 주어야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저자의 문제의식은 너무나 정당하고 합리적인 반면, 그에 따르는 책 내용은 역사와 이론 서술에 치우치면서 문제 해결의 진정성을 보여주지 못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이 책이 개념사 시리즈의 한 권이며 그 분량이 적다는 것을 감안할 때에는 물론, 훌륭한 입문서라고 평가할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저자의 사견을 담은 다른 책이 있다면 참고해야 하겠다.


  다음으로 흥미로웠던 '집단 인지적 시민권'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이 개념은 사실상 페미니즘의 이론 발전에서 도출되었다고 보는데, 그 까닭은 페미니스트인 Iris Young이 보편적 시민권의 이상을 비판하는 자신의 논문에서 여성적 특성을 고려한 '집단 인지적group-differenciated 시민권'의 개념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즉, '시민권'이라는 포괄적 권리에 자유권적 기본권, 정치권, 나아가 20세기에는 사회권까지 포함되어 빈민과 노동자에 대한 사회경제적 권리가 인정된 반면, 아직까지 문화적, 심리적, 신체적 정체성과 관련된 시민권이 보장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여성의 정체성을 인정받고자 하는 페미니즘 이론/운동이 이 개념을 만들어낸 것이다. 책에 나온 대로 개념을 정의하면, 이는 '한 집단의 성원들은 개인 뿐 아니라 자신이 소속된 집단을 통해 정치 공동체와 연결되고, 그들의 권리는 그 소속 집단과 정체성으로 규정'된다는 의미이다.

  여기에는 책에 소개된 대로 자유주의자들의 반론이 존재하는데, 그들은 시민권이란 법 앞에 평등한 개인의 권리인 만큼 시민권을 집단에 따라 정의하는 것은 공정성과 평등이라는 시민권의 이상에 위반되며, 시민권제도의 보편주의를 위반하고 다수자에 대한 역차별과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p105-106). 소개됀 자유주의 측 주장의 논거가 풍부하게 제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그들의 반론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시민권이란 본질적으로 개인에 대한 평등권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집단적 정체성, 집단적 요구가 그러한 권리 실현에 반영될 경우 집단에 속하지 않은 외부의 개인에 대해 역차별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반론해 보자면, 자유주의자들이 보편적 시민권 개념 안에 포함시키는(그리고 가장 강조하는) 재산권은 그 자체가 부르주아 남성들의 권익을 위해 보장되어 왔으며, 따라서 재산이 없는 노동자, 여성, 외국인을 권리의 주체에서 배제해 왔다. 그와 같은 불완전한 시민권을 '보편적 인권' 개념으로 보완하여 소수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특별 제도들을 보충해 오며 시민권은 발전해 오지 않았는가? 가령, 페미니스트들은 '인류의 절반이 넘는 여성의 몸을 고려하지 않는 시민권은 제대로 된 시민권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여성들이 가진 차이의 특성을 수용하도록 시민권 개념이 수정되기를 요구한다. 이것은 시민권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했던 시민권을 '발전시키고 완성시키는' 과정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소수자 혹은 약자는 개별적으로 권리를 주장하기에 역부족이므로 서로 연대하고 집단의 정체성을 구축함으로써 정당한 권리를 요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집단 인지적 시민권 개념에 대한 자유주의자들의 또다른 반론은 사회통합 논의와 연관된다. 앞서 서론에도 언급했듯이, 개인주의-보편주의 시민권 개념을 옹호하는 자유주의자들은 보편적 인권/시민권 개념이 서로 다른 문화, 종족, 종교를 가진 사람들을 평등한 시민으로서 아우르면서 통합으로 나아가도록 기여했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런데 집단 인지적 시민권, 그 중에서도 특히 종족 집단의 정체성 인정을 요구하는 다문화 시민권 논의에 따르면, 각각의 소수 집단이 그 개별적인 정체성을 전면에 드러내고 그에 따르는 권리를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하게 되면서 다 같은 시민이라는 연대 의식과 통합에의 의지가 사라져 사회를 분열에 이르게 위험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재반론을 펼치고 있으며, 이에 나도 개인적으로 동조하는 바이다. 다문화 시민권은 사회에서 배제되어 온 소수자 집단에게 교육, 정치, 문화, 사회 참여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공통 문화' '공통 정체성'을 형성한다. 때문에 오히려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고 그로써 국가의 정치적 정당성을 제고할 수 있다(p110). 보편주의 시민권이 현실에서 무의식적인 차별을 받는 소수 집단에게 실질적인 권리를 보장해 줄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나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추상적, 이상적 차원의 논의에서(가령 인권 선언을 만드는 단계에서) 보편주의 인권/시민권 개념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현실에서 각 개인의 권리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제도, 사회적 인식을 형성해 갈 때, 보다 실질적으로 소수자/약자들을 돕는 것은 집단 인지적 시민권이 될 것이다. 소수/약자 집단의 정당한 권리를 향한 구체적인 요구가 시민권 제도에 반영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에서의 사회통합이 이루어질 수 있다. 말로만 '보편적'인 권리는 묶일래야 묶일 수 없는 개별적인 정체성을 강제로 하나로 엮어놓는 것에 불과할 뿐이다. 

  마지막으로 책의 가장 마지막에 소개된 지구 시민권에 관한 논의에 짧은 사견을 덧대고 싶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지구 시민권은 현 시대의 '핫 트렌드'인 세계화와 맞물려 '외국인 친구와 펜팔하고, 한국에 관광을 온 외국인에게 영어로 관관명소 소개를 하고, 자연스럽게 미국 드라마를 즐겨 보면서 세계는 하나, 우리는 모두 같은 지구촌 시민들~' 식의 교과서나 광고에 나타나는 정도의 시민권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현실적으로 지구 시민권 논의가 대두된 배경은 시민권이 국민 국가의 틀에 갇혀 지연과 혈연이라는 전근대적인 기준에 따라 시민권을 부여하고 거주 이전의 자유를 제한했던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한 것에 존재한다(p131). 이와 같은 시민권에 대한 전근대적 인식 때문에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에서 차별적 대우를 받는다. 물론 이러한 문제는 법적, 제도적 차별과도 맞물릴 것인데 산업연수원제도 등 이주노동자와 난민의 지위 등과 관련해서는 앞으로 더 공부를 해야 할 것이다. 이 논의에서 저자가 지적하는 바는, 단순히 큰 공동체를 만들고 모든 시민이 평등하다고 헌법에 적는다고 해서 자유롭고 평등한 공동체가 실현되거나 시민들의 연대감이 형성되는 것은 아니(p.131)라는 것이다. 형식적 보편주의를 극복하고 실질적으로 소수자들까지도 포용하는 시민권 제도를 확립할 때 진정으로 '지구 시민권'이라는 말이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는 저자가 책 내용으로 문제의식을 충족시켜주지 못했다고 이런저런 비판만 했던 것 같은데, 단연 이 책은 인권 개념과 발전 과정에 대한 훌륭한 입문서이다. 짧은 분량에 컴팩트하게 그 모든 사상, 제도 발전과 나아가 현대적 쟁점까지 짚어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나 또한 개인적으로,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던 인권 개념을 이 책을 통해 많은 부분 소화해 낼 수 있었던 것 같아 뿌듯하다.

 
덧1.
  다음 책은 류은숙의 <인권을 외치다>인데, 헌책방에서 책을 주문해 놓았으나 아직 도착하지 않아서 앞으로의 공부 일정이 걱정이다. 우선 읽고 싶은 기타 책 목록 중 인권 연구와 관련해서는 <정당한 위반> <머나먼 인권선진국> <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 <헌법의 풍경>이 있는데 구할 수 있는 책을 찾아서 우선 읽는 것이 좋을 듯 하다. 또, 첫 서평을 써 보니 서평이란 것이 참 마음대로 안 되는 것임을 깨닫는다. 그래서 독서 방법, 서평 쓰는 법과 관련해서 <로쟈의 인문학 서재> <책을 읽을 자유> 중 참고하고 싶은데 구할 수 있는 것을 또 먼저 읽고 있어야 하겠다.

  덧2.
         
" 당신이 어떤 책을 읽어왔는지 말해주면 나는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줄 수 있다.
                               당신의 독서목록은 그 자체로 당신의 자서전이고 영혼의 연대기이다. 
"       
 
- 김경욱, <위험한 독서> 중.

  방금 신문기사에서 건져 낸 구절인데, 참 마음에 든다. 나도 나만의 독서목록으로 나의 정체성을 규정해낼 수 있을까?
  치열하게 공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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